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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도피

그는 끔찍하고 차가운 현실을 받아들이는 법을 몰랐다.

...아니, 정확히는 그런 현실을 받아 들이고 싶지 않아서 그 방법을 잊어버렸다고 하는 방향이 맞겠지만.

그는 부유한 집안에서, 좋은 가족들 사이에서 아주 행복한 아이로 자라왔다.

이 때문이였는지, 자신에게 닥치는 괴로운 일이나 현실을 절대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밝은 모습과 상황을 유지하고 연출하고 싶어했으며, 그 밝은 모습이 진짜라고 믿어왔다. 

실제로는 상당히 심약한 그가 어떤 상황에서든 밝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모습도 이 때문이겠지.

자신에게 닥친 상황이 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밝은 모습 쪽으로 목숨 걸며 도피해왔기 때문에.

" 아냐, 아니잖아요... 아니잖아, 이런 장난 재미 없어요. 거짓말이지... 아냐, 안 믿을래요, 그냥. 그만 나가주시면 안될까요?

제발. 아무도 안 보고 싶어서 그래요. 부탁할게요. 제발 나가주세요. "

-미나모토 케이키가 사고로 사망한 뒤의 미나모토 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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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미나모토 키리에게는 모든 시간이 17살에서 멈춰 있었다.

 

17살.

자신의 쌍둥이 형인 케이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정말로 좋아했던 쌍둥이 형이 죽었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가 생각해낸 가장 좋은 방법은 형은 죽지 않았다고, 형은 잠시 유학을 갔기 때문에 지금은 옆에 없는거라고. 

시간이 흐르지 않고 있고, 자신은 아직도 17살이라 자기최면을 걸며 현실에서 도망치는 것 뿐이였다.

 

그의 부모님은 케이키가 죽었다는 것을 그에게 몇 번이나 이야기 했었지만,

케이키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그는 그럴리가 없는 거부반응과 함께 심한 불안증세를 보였다.

거짓말이라면서, 그럴리가 없다면서 차라리 모든 기억을 잊어버리겠다며 자신의 머리를 기절 직전까지 쳐내는 그를 보며,

그를 끔찍이나 아꼈던 그의 부모님은 심각한 불안증세를 보이는 그에게 어쩔 수 없이

형은 유학을 간 것이라며, 곧 돌아올 것 이라며 지금까지 계속 거짓말을 해왔다.

이렇게 이야기 한다면 그는 거부 반응을 보이지도 않고, 분명 진정을 찾을테니까.

 

...처음에는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시작한 거짓말 이였다. 

그는 부모님의 거짓말을 듣고 안정을 찾긴 했지만, 지금까지 계속해서 현실을 도피해왔다.

17살 사고 이후의 기억을 전부 지워버린 채로. 

자신은 이미 17살이 아니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 즈음은 그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믿고 싶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믿고 싶지 않아서, 지금까지 계속해서 도망쳐 왔다.

지금까지도 그는 계속 자신은 17살이며,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 때의 일기

- X월 X일, 날씨 맑음! 

오늘부터 일기를 쓰기로 했다. 

케이키가 일기 쓰는걸 강력 추천 했으니까! 건망증에도 좋을거고, 추억도 될거라고 들었으니까!

짧게 한 두 마디 정도 적는건 매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바로 좋다고 해버렸다!

일기장의 이름은 메리라고 지었다. 잘 부탁해, 메리! (*'∀'人)

 

- X월X일, 날씨 흐림!

일기 쓰는건 의외로 어려운 일이다! ( ˘•ω•˘ ).。oஇ

짧게 쓰기로 했으니 매일 매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잘 안된다.

오늘도 케이키가 일기 썼냐고 자기 직전에 물어봐서 후다닥 달려 나왔다.

잊어서 미안해, 메리. (இдஇ; ) (내일 부터는 잊지 않고 쓸게!)

오늘은 케이키랑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휴일 이기도 했고, 밖에 나갈 일도 없었으니까!

아무 일도 없었지만, 이런 날도 너무 좋아. (*´﹃`*)

 

- X월X일, 날씨 비! 

오늘은 휴가 기념으로 가족들이랑 여행을 가기로 했다.

아직 계획밖에 세우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두근두근 해. (/ω\)

 

- X월X일, 날씨 다시 맑음! 

오늘은 가족들과 여행 준비물을 사러 갔다왔다. (이렇게 말해도 그냥 쇼핑일 뿐이지만!)

소풍은 언제나 즐겁다! 어렸을 때 부터 제일 기대되는 날은 크리스마스와 여행날 이였는데, 아직도 그래!

그야 크리스마스랑 여행은 언제나 즐거우니까.

그 중에서도 가장 두근두근 거리는건 여행날이지!

여행은 여러 의미로 좋다. (ノ*'ω'*) oO(두근두근!)

나중에는 여행가가 되고 싶어! 케이키도 여행가가 된다면 멋있을거라고 얘기했어. 메리도 그렇게 생각하지?

 

- X월X일, 날씨 많이 많이 비! 

내일이 여행 날인데, 비가 많이 온다. 

일기예보로는 장마라는데, 비 오는 날이면 여행을 제대로 다녀오기 힘들잖아. ◟(๑•́ ₃ •̀๑)◞

테루테루 보즈라도 만들어야 하나? 메리도 맑은 날이 좋지?

내일은 맑았으면 좋았어!

 

- X월X일, 날씨 맑음! 

오늘은 여행 날! 테루테루 보즈의 영향인지 엄청 맑은 하루야!

그래서인지 일어나자마자 일기를 써버렸어. 지금은 출발 직전이야. (/ω\)

앗, 부모님이 부르니까 그만 가봐야겠다!

 

- X월 X일, 날씨 ... 

(아무것도 써 있지 않다.)

 

- X월 X일, 날씨 ... 

(아무것도 써 있지 않다.)

 

- X월 X일, 날씨 ... 

(아무것도 써 있지 않다.)

 

- X월X일, 날씨 ...

지금은 병원이야. 그래서 며칠동안 일기를 못썼어.

왜 병원에 있을까? 모르겠어.

분명 부모님이랑 차를 타고 가고 있었고, 그 다음에는 트럭이 보였는데...

경적 소리가 시끄러웠어..... 그 다음에 눈을 뜨니까, 병원이였어.

팔이 부러졌어. 다른데는 딱히 아픈데 없는데... 부모님이 안정이 중요하다고 계속 병원에 있으랬어.

답답한데...

 

- X월X일, 날씨 ...

부모님은 계속 병실에 있어주시는데, 케이키가 며칠 째 안보여.

원래 항상 옆에 있었는데... 오랫동안 안보이니까 걱정되잖아.

 

- X월X일, 날씨 ... 

교통사고 라는 얘기를 들었어.

진짜?

그럼 케이키는? 

케이키는 죽은건가? 그럴리가 없는데. 죽을 리가 없잖아.

케이키가죽을리가없는데,케이키가......갑자기그럴리가없잖아,그렇지메리?부모님한테다시제대로물어봐야겠다.

 

- X월X일, 날씨 ... 

간호사가이상한얘기를하는걸들었어.쌍둥이가죽었다나뭐라나,진짜어이없는이야기네,그렇지.

...케이키가죽을리가없지,그렇지?분명같이있었는 (이 다음은 새까만 연필자국으로 칠해져 있어 읽을 수 없다.)

 

- X월 X일, 날씨 ... 

(일기장이 낱장으로 구겨져 있어 읽을 수 없다.)

 

- X월 X일, 날씨 ... 

(일기장이 뜯겨져 나가 읽을 수 없다.)

 

- X월 X일, 날씨 ... 

(일기장이 뜯겨져 나가 읽을 수 없다.)

 

- X월 X일, 날씨 ... 

(일기장이 뜯겨져 나가 읽을 수 없다.)

 

- X월 X일, 날씨 ... 

(일기장이 뜯겨져 나가 읽을 수 없다.)

 

- X월 X일, 날씨 ... 

(일기장이 뜯겨져 나가 읽을 수 없다.)

 

- X월 X일, 날씨 맑음.

오랫동안 일기를 못썼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일기장 전체가 완전 엉망이 됐어! (இдஇ; )

미안해, 메리! 아팠겠다. 이제부터는 제대로 관리해주고 소중히 대할게.

지금은 병원이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내가 다쳤나봐.

그래서 지금은 병원에서 쉬고 있어! 부모님이 절대 안정이 중요하다고 했으니까.

 

- X월 X일, 날씨 맑음! 

퇴원했어! 오랜만에 집에 오니까 너무 신나.

그리고 케이키가 안보이는 이유도 알아냈어!

내가 병원에 있는 사이에 좋은 기회가 생겨서 유학을 갔대.

케이키는 바이올린을 정말로 잘 켰으니까, 그 쪽으로 유학을 갔다나봐! (/ω\) 

케이키는 바이올린을 정말로 좋아하고 잘 켜. 유학 가서 많이 배우고, 나한테도 멋진 연주를 들려줬으면 좋겠어!

 

- X월 X일, 날씨 비! 

오늘은 부모님이 따로 불러서 무슨 일인가, 하고 가보니까!

학교를 쉬고 여행을 가는건 어떻냐고 물어보셨어.

나야 당연히 좋다고 했지! 나는 여행을 정말로 좋아니까. ◟(๑•́ ₃ •̀๑)◞ 여행은 여러모로 두근거리고 즐겁잖아.

내 꿈은 옛날부터 여행가였는데, 이 얘기를 하니까 여행은 취미로만 하라고 말리셨었거든. 그런데 생각이 바뀌셨나봐!

그런 이유로 다음 주 부터는 여기저기로 여행을 다니기로 했어!

나는 패키지 여행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자유여행으로 다닐거야!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면서 케이키한테도 보여줄 수 있을 만큼의 멋진 장소를 찾아내려고 해.

아, 물론 메리도 같이 찾아야지! 

메리는 여행갈 때 마다 계속 데리고 다닐거니까.

 

-미나모토 키리가 지금까지 써 온 일기장 중 일부를 발췌.

 

여행

그는 본래 여행을 좋아했다.

여행을 상당히 좋아했기 때문에, 부모님께는 여행가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 했었지만

부모님은 여행은 취미로만 다니는 것이 좋지 않냐며 이야기 했고, 그는 그럴 때 마다 알았다며 대답 했었지만, 

...케이키가 죽은 뒤로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는 전과는 다른게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성격이 어두워 졌으며,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종종 보이는 불안증세들과 더불어 사고 이후에 병원에서 퇴원한 뒤에는

케이키를 기다리겠다며 계속 현관문 앞에서 밤을 새며 기다리는 일이 잦았다.

 그를 진심으로 아꼈던 부모님은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끝내 생각해낸 방법은, 키리를 다른 곳으로 여행을 보낸 다음 케이키의 생각을 어느정도 잊게 만드는 것. 

물론 케이키를 완전히 잊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불안증세를 보이면서 케이키를 계속 기다리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후에, 그의 부모님은 그에게 여행을 장려하며 필요한 경비와 모든 것들을 대주었다.

부모님이 갑자기 왜 이러지, 의아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는 여행길에 올랐다.

자신이 좋아하던 일이였으니까. 여행을 다닌 뒤, 그의 부모님이 원했던 것처럼 그는 전과 같이 밝은 아이로 돌아오게 되었고,

불안증세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다행이다.

그의 부모님은 그렇게 생각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현실도피만 하면서 살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키리가 전과 같이 돌아왔으니. 그거면 됐다, 그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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